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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사회]2026-09-2210분 읽기

처벌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 말하는 이유와 매기는 방식

캘리포니아 삼진아웃법은 범죄를 막긴 했다. 한 건 막는 데 14만 8천 달러씩 들여서

칸트는 저지른 만큼 벌하라 했고, 벤담은 미래의 범죄를 줄일 만큼만 벌하라 했다. 사람들은 정책을 말할 때 억지를 내세우지만, 2002년 프린스턴 실험에서 형량을 움직인 것은 적발 확률이 아니라 해악의 크기와 동기였다. 억지 연구의 합의도 통념과 다르다 — 형벌의 무게보다 잡힐 확실성이 범죄를 막는다. 내세우는 이유와 실제로 벌하는 방식의 어긋남이 형사정책을 어떻게 꼬는지 따라가 본다.

2000년대 초 프린스턴 대학의 한 강의실. 학생들이 종이 한 장짜리 사건 기록을 받는다. 한 남자가 다니던 회사의 돈을 빼돌렸다. 어떤 학생의 종이에는 "이런 범죄는 적발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문장이 붙어 있고, 옆자리 학생의 종이에는 "이런 범죄는 쉽게 적발된다"고 적혀 있다. 18세기 영국의 법철학자 제러미 벤담의 계산대로라면 잡기 어려운 범죄일수록 형량을 올려야 한다. 걸릴 확률이 낮으면 벌을 무겁게 해서라도 저지를 엄두를 못 내게 해야 하니까. 학생들이 적어 낸 형량은 두 종이 사이에서 달라지지 않았다. 형량을 크게 가른 것은 다른 문장이었다. 빼돌린 돈을 도박 빚 갚는 데 썼는가, 해외 공장의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몰래 나눠 줬는가.

과거를 보는 대답, 미래를 보는 대답

왜 벌하는가에 대한 대답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이마누엘 칸트의 것이다. 그는 1797년 『도덕형이상학』의 법론에서 법정의 형벌은 범죄자 자신이든 사회든 다른 어떤 좋은 것을 위한 수단으로만 가해져서는 안 되고, 오직 그가 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가해져야 한다고 썼다. 형벌의 법칙은 정언명령이고, 얼마나 벌할지는 저지른 만큼이라는 동등성 원리가 정한다. 벌이 누구에게 무슨 쓸모가 있는지는 따지기 전에, 먼저 벌받을 만하다는 판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벌은 과거를 향한다. 이것이 응보다.

다른 하나는 벤담의 것이다. 1789년에 출간된 『도덕과 입법의 원리 서설』 13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모든 형벌은 해악이다. 모든 형벌은 그 자체로 악이다. 공리의 원리에 따르면, 형벌이 허용되어야 한다면 오직 그보다 더 큰 악을 막아 줄 것이라고 약속하는 한에서만 허용되어야 한다.

같은 장에서 벤담은 벌해서는 안 되는 경우를 꼽는데, 그중 하나가 이득이 없거나 너무 비싼 경우다. 막는 해악보다 만드는 해악이 크면 벌하지 말라는 것이다. 벌은 미래를 향한다. 이것이 억지다. 억지의 셈법에서는 해악의 크기만큼이나 적발 확률, 형벌이 얼마나 알려지는지, 그 범죄가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가 중요해진다.

dkdk가 갈림길 표지판 기둥 옆에 서서 한 팔은 뒤쪽 화살표를, 다른 팔은 앞쪽 화살표를 가리키며 어느 쪽인지 고민한다
그림 1응보는 이미 저지른 일을 보고, 억지는 앞으로 막을 일을 본다. 처벌의 이유는 두 방향으로 갈린다.

사람들은 무엇에 반응했나

도입부의 강의실은 심리학자 케빈 카를스미스, 존 달리와 법학자 폴 로빈슨이 2002년 《성격 및 사회심리학 저널》에 낸 「우리는 왜 벌하는가」의 실험이다. 첫 연구에서 프린스턴 학생 336명은 세 가지 버전의 사건을 읽었다. 응보 쪽 변수(범죄의 심각성, 동기의 도덕성)를 바꾸면 형량이 크게 움직였다. 몇 개월 징역이 1년 남짓으로 뛰었다. 억지 쪽 변수(적발 난이도, 판결이 얼마나 보도될지)를 바꾸면 통계적으로 아무 효과가 없었다.

참가자들이 억지 변수를 못 알아봐서가 아니다. 사전 검증에서 응답자의 68퍼센트가 적발 확률을 억지 이론에 속하는 요소로 정확히 분류했다. 알면서 무시한 것이다. 형량의 차이를 끝까지 설명한 것은 범죄가 얼마나 심각해 보이는지, 그리고 얼마나 도덕적으로 분노할 만한지였다. 이 두 판단을 통제하자 응보 변수의 직접 효과는 사라졌다. 논문 각주의 추가 실험은 더 선명하다. 같은 범죄의 해악이 예전보다 커졌다는 정보를 주자 형량을 올린 사람이 21퍼센트포인트 늘었지만, 그 범죄가 점점 잦아진다는 정보에는 5퍼센트포인트 느는 데 그쳤고 이 차이는 유의하지 않았다.

dkdk가 책상에 앉아 두 장의 서류 중 한 장은 손등으로 옆으로 밀어 두고, 다른 한 장만 두 손으로 들어 열심히 읽는다
그림 2사람들은 적발 확률이 억지에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형량을 매길 때는 무시했다. 형량을 가른 것은 범행의 심각성과 동기였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351명이 참여한 세 번째 연구다. 참가자들은 범인을 쫓는 데보다 같은 범죄의 재발을 막는 데 자원을 더 쓰겠다고 답했다(7점 척도에서 5.5 대 4.2). 미래를 막겠다는 마음은 진심이었다. 스스로의 처벌 철학을 물었을 때도 응보와 억지 둘 다 척도 중간보다 높게 지지했다(5.4 대 4.7). 그런데 그 예방 예산조차 적발 난이도에는 꿈쩍하지 않았고, 범행 동기가 비열할 때만 늘었다. 카를스미스는 2006년 사람들이 형량을 정하려고 어떤 정보부터 찾는지를 추적했는데, 먼저 손을 뻗은 것도 해악과 동기 같은 응보 정보였다. 2008년에는 아예 말과 행동의 불일치를 제목으로 걸었다. 사람들은 억지를 위해 설계된 법을 추상적으로는 공정하다고 평가하면서, 그 법이 구체적 사건에 적용되는 순간 거부했다.

어디까지 믿을지는 가려 둬야 한다. 표본은 대부분 미국 대학생이고 방법은 가상 시나리오다. 2022년 독일의 한 후속 연구는 집단 자원 배분 게임에서 응보 쪽 처벌 동기를 다시 확인했지만, 그 차이는 처벌 권한이 한 사람에게 모인 구조에서만 나타났다. 사람들이 개별 사건에서 응보 쪽으로 벌을 매긴다는 것은 반복 확인된 경향이고, 그 크기와 경계는 아직 연구 중이다.

무겁게 하면 줄어든다는 믿음

그렇다면 억지 자체는 통하는가. 범죄학자 대니얼 네이긴은 2013년 《범죄와 정의》에 실은 리뷰에서 40년 치 연구를 이렇게 정리했다. 처벌의 확실성이 억지한다는 증거는 엄격성에 관한 증거보다 훨씬 일관되다. 그리고 그 확실성의 증거는 거의 전부 잡힐 확률에 관한 것이다. 미국 국립사법연구소(NIJ)는 이를 「억지에 관한 다섯 가지」로 요약하며 첫 줄에 적었다. 잡힐 확실성이 형벌 그 자체보다 훨씬 강력한 억지 수단이라고. 경찰은 범죄자에게 잡힐 거라는 인식을 심어 줄 때 범죄를 막는다. 범죄가 몰리는 좁은 구역에 순찰을 집중하는 전략이 효과를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형량을 올리는 법은 잘 먹히지 않는데, 범죄자 대부분이 특정 범죄의 법정형을 거의 모르기 때문이다. 감옥이 오히려 범죄 기술을 익히고 수감에 무뎌지는 곳이 될 수 있다는 점도 NIJ는 함께 지적한다.

dkdk가 계기판 앞에서 두 개의 다이얼을 돌려 보는데, 한 다이얼은 끝까지 돌려도 바늘이 거의 움직이지 않고 다른 다이얼은 조금만 돌려도 바늘이 크게 움직인다
그림 3억지하는 것은 형벌의 무게가 아니라 잡힐 확실성이다.

잡힐 확실성이, 그 뒤에 따라오는 법적 처벌의 엄격성이 아니라, 더 효과적인 억지 수단이다. (대니얼 네이긴, 2013)

엄격성 쪽 연구는 초라하다. 미국 플로리다의 개인 범죄 기록을 날짜 단위로 분석한 연구는 소년법원에서 성인법원으로 넘어가 처벌이 확 무거워지는 만 18세 생일 전후에 범행이 뚝 끊기는 모습을 찾지 못했다. 사형에 대해서는 미국 국립연구위원회가 2012년, 30년 넘는 연구가 사형이 살인을 줄이는지 늘리는지 영향이 없는지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 주지 못한다고 결론 냈다.

다만 네이긴의 주장은 "형벌의 무게는 효과가 없다"보다 좁다. 증거가 말하는 것은 긴 형기와 의무 최저형을 억지 효과로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지, 엄격성의 효과가 0이라는 것이 아니다. 2006년 이탈리아의 집단 사면을 이용한 연구처럼 기대 형량이 늘면 재범이 줄어드는 효과를 찾은 연구도 있다. 합의된 것은 확실성이 더 믿을 만하다는 서열이고, 엄격성의 효과가 얼마나 작은지는 논쟁 중이다.

삼진아웃이라는 거대한 실험

1994년 3월 캘리포니아는 삼진아웃법을 시행했고, 11월 주민투표에서 약 72퍼센트가 이를 재확인했다. 중범죄 전과가 둘 있는 사람이 어떤 중범죄든 하나 더 저지르면 최소 25년에서 종신형이었다. 세 번째 범죄가 폭력 범죄일 필요도 없었다.

프랭클린 짐링 등은 2001년 연구에서 이 법이 중범죄를 줄인 효과가 많아야 2퍼센트라고 추정했다. 범죄율은 법 이전부터 떨어지고 있었고, 이후에도 비슷한 속도로 떨어졌다. 반대쪽 증거도 있다. 에릭 헬랜드와 알렉산더 타바록은 2007년 전과 둘인 사람의 체포율이 비슷한 조건의 전과 하나인 사람보다 17~20퍼센트 낮다는 것을 보였다. 억지 효과가 진짜로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어림 계산으로는 범죄 한 건을 막는 데 드는 추가 수감 비용이 약 14만 8천 달러로, 범죄 한 건의 평균 사회적 비용 약 3만 4천 달러의 네 배를 넘었다. 삼진 수감자를 8천 명으로, 신고되지 않은 범죄를 2.5배로 잡은 저자들 스스로의 가정 위에 선 숫자지만, 가정을 꽤 흔들어도 격차는 쉽게 메워지지 않는다. 삼진아웃은 칸트가 아니라 벤담의 기준에서 낙제했다. 너무 비싼 형벌이었다. 이 법이 오히려 살인을 늘렸다는 분석(목격자를 없애려 한다는 가설)도 나왔지만, 이 부분은 연구마다 엇갈린다.

dkdk가 동전이 산더미처럼 실린 수레를 커다란 기계 입구에 힘겹게 밀어 넣는데, 반대편 출구로는 작은 조약돌 하나만 굴러 나온다
그림 4삼진아웃법은 막대한 비용을 들였지만 중범죄를 줄인 효과는 많아야 2퍼센트로 추정됐다.

2003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합계 153.54달러어치 비디오테이프를 두 번 훔친 남자에게 내려진 50년 이상 종신형을 끝내 뒤집지 않았다. 2012년 캘리포니아 유권자 69.3퍼센트는 세 번째 범죄가 중대하거나 폭력적인 경우에만 삼진을 적용하도록 법을 고쳤다.

어긋남이 정책을 꼬는 방식

카를스미스와 동료들은 논문 말미에서 한 가지 해석을 내놓았다. 범죄를 어떻게 통제할지 사회 전체의 차원에서 물으면 사람들은 직관적인 억지론자가 된다. 그러나 특정한 사람이 특정한 사정에서 저지른 특정한 범죄 앞에서는 응보의 관점이 켜진다. 이 두 층위를 겹쳐 보면 형사정책이 꼬이는 경로가 보인다. 정치는 억지의 언어로 형벌 강화를 판다. 무겁게 하면 줄어든다고. 유권자는 그 말에 72퍼센트로 답한다. 그런데 그 표를 움직인 힘은 저지른 만큼 받아야 한다는 응보의 직관일 가능성이 크다. 억지의 이름으로 통과된 법은 억지로서는 비싸고 약하다. 그리고 세 번째 범죄가 비디오테이프 절도인 사건이 현실에 등장하는 순간, 같은 응보의 직관이 "이건 지나치다"며 돌아선다. 카를스미스가 실험실에서 본 말과 행동의 어긋남이 한 주(州)의 입법사로 재연된 셈이다.

반대 방향의 손실도 있다. 실제로 억지하는 것은 잡힐 확실성인데, 검거율을 높이는 일은 응보의 직관을 채워 주지 못한다. 순찰 인력과 수사 역량은 무거운 형량만큼 사람들의 분노에 답하지 않고, 그래서 선거 공약의 앞자리를 잘 차지하지 못한다.

dkdk가 상자에 이름표를 붙이다가 손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하는데, 손에 든 이름표와 상자에 이미 적힌 글자가 다르다
그림 5우리는 억지를 말하면서 응보로 벌을 매긴다. 이름표와 내용물이 어긋나면 정책이 꼬인다.

벌을 매기는 마음이 응보라는 사실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비례의 감각은 형벌이 폭주하지 않게 붙잡는 닻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름표다. 저지른 만큼 벌하고 싶다면 그렇다고 말하고 비례를 따져야 한다. 범죄를 줄이고 싶다면 형기가 아니라 확실성에 돈을 써야 한다. 한 가지 이유를 대면서 다른 이유로 벌하는 한, 우리는 목표에도 이르지 못하고 공정하지도 않은 법을 계속 만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