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22.2026 / --:-- KST
[심리·과학]2026-09-0910분 읽기

후회 — 하지 않은 일이 더 오래 남는 이유

30년 된 교과서적 결론을 2,600명이 다시 시험했고, 절반만 살아남았다

시카고의 한 박물관 벽에 못 두 개가 박혔다. 2,600명이 저지른 일과 하지 않은 일 중 더 괴로운 쪽에 카드를 꽂았고, 30년 된 교과서적 결론의 절반이 흔들렸다. 그래도 하지 않은 일이 더 오래 간다는 사실은 다른 방법론에서도 살아남는다. 그리고 후회는 피해야 할 감정이 아니라, 다음 선택을 고쳐 쓰는 신호다.

시카고의 한 박물관 벽에는 못이 두 개 박혀 있었다. 심리학을 주제로 2021년 문을 연 마인드웍스라는 곳이다. 관람객은 카드를 한 장 받는다. 파란 카드에는 지난 며칠을 돌아보라고 적혀 있고, 빨간 카드에는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전체를 돌아보라고 적혀 있다. 받은 사람은 자기가 저질러서 후회하는 일을 한 줄 적고, 하지 않아서 후회하는 일을 또 한 줄 적는다. 그리고 둘 중 어느 쪽이 더 괴로운지 골라, 그쪽 못에 카드를 꽂는다. 2021년 7월부터 1년 동안 2,600명이 이 벽에 자기 후회를 걸었다.

며칠의 후회와 한평생의 후회

이 벽은 심리학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발견 하나를 다시 시험하려고 만든 장치였다. 1994년 토머스 길로비치와 빅토리아 메드벡은 후회에 시간의 무늬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일을 물으면 사람들은 저지른 일을 꼽는다. 인생 전체를 물으면 하지 않은 일을 꼽는다. 원 연구에서 단기 조건은 행동 53퍼센트 대 무행동 47퍼센트로 팽팽했지만, 장기 조건에서는 16퍼센트 대 84퍼센트로 벌어졌다.

혀와 펜이 뱉은 모든 슬픈 말 가운데 가장 슬픈 것은 이것이다. "그럴 수도 있었는데."

19세기 미국 시인 존 그린리프 휘티어의 문장이고, 이 재현 연구의 논문 첫머리에도 그대로 인용되어 있다. 박물관 벽의 결과는 절반만 원본을 닮았다. 지난 며칠을 떠올린 사람은 58퍼센트가 저지른 일을 더 괴로워했다. 원본보다 오히려 또렷했다. 그런데 인생 전체를 떠올린 사람은 51퍼센트 대 49퍼센트였다. 통계적으로 아무 차이가 아니다. 84퍼센트는 없었다.

dkdk가 저울 두 대를 나란히 놓았는데 "며칠"이라 적힌 쪽은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 있고 "한평생"이라 적힌 쪽은 거의 수평이다
그림 151퍼센트 대 49퍼센트였다

연구를 이끈 리처드슨과 길로비치 본인이 이 결과를 논문으로 냈다. 그들은 시간에 따라 무늬가 뒤바뀐다는 상호작용 자체는 다시 나왔고, 최근의 후회일수록 행동 쪽이 크다는 점에서 재현에 성공했다고 썼다. 다만 효과의 크기는 원본의 절반 이하였다. 이유로는 실험자가 옆에서 설명해주는 실험실이 아니라 관람객이 안내문을 혼자 읽는 박물관이라는 환경, 그리고 관람객이 젊다는 점을 들었다. 인생 전체라고 해봐야 아직 짧으면, 안 한 일이 무르익을 시간도 없다.

그래도 오래 남는 쪽은 안 한 일이다

비율이 흔들린다고 논지 전체가 무너지지는 않는다. 방향이 다른 연구가 같은 곳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마이크 모리슨과 닐 로즈는 무작위 전화번호로 미국인을 표본 추출해 각자 마음에 걸리는 후회 하나를 말하게 했다. 결과 가운데 가장 단단한 것은 빈도가 아니라 지속이었다.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가 저지른 일에 대한 후회보다 오래갔다. 그리고 손실이 클수록 무행동 쪽 후회였고, 후회는 고칠 수 있는 일보다 이미 고칠 수 없는 일에 더 자주 걸려 있었다.

같은 연구자들이 앞서 발표한 결과와 비교해보면 방법이 답을 얼마나 흔드는지 보인다. 2005년 로즈와 서머빌은 후회 순위를 매긴 연구 11편을 메타분석해 교육, 직업, 연애, 양육, 자기 자신, 여가 순으로 정리했다. 1위는 교육이었다. 그런데 6년 뒤 전화 표본에서 1위로 올라온 것은 연애였다. 어느 쪽이 참인지 다투기보다, "사람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은 교육"이라는 문장이 조사 방식에 붙어 있는 숫자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편이 낫다. 두 연구가 공유하는 설명은 순위가 아니라 그 뒤의 원리다. 기회가 열려 있다고 느끼는 영역일수록 후회가 진해진다.

dkdk가 문 두 개 앞에 서 있는데, 자물쇠로 잠긴 문 앞의 그림자는 옅고 아직 반쯤 열려 있는 문 앞의 그림자는 유난히 짙다
그림 2기회가 열려 있다고 느끼는 영역일수록 후회가 진해진다

여기에 후회의 강도를 다르게 설명하는 갈래도 있다. 베이크와 마크먼 연구팀은 후회가 진해지는 조건을 기회 자체가 아니라 잃어버린 기회라고 봤다. 아직 열려 있는 문 앞에서는 후회 대신 조바심이 나고, 문이 닫힌 뒤에야 후회가 자리를 잡는다는 것이다. 기회가 많은 영역이 후회를 부른다는 설명과 닫힌 기회가 후회를 부른다는 설명은 언뜻 반대로 들리지만, 둘 다 같은 조건을 가리킨다.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할 수 없는 자리다.

문화도 무늬를 건드린다. 길로비치 연구팀은 중국, 일본, 러시아에서도 장기적으로는 안 한 일을 더 후회한다며 보편성을 주장했다. 브뤼헐만스와 제일렌베르흐 연구팀이 미국, 네덜란드, 이스라엘, 대만 응답자를 비교한 결과도 후회를 실망이나 죄책감과 구별해주는 구성 요소들은 문화를 건너 안정적이라고 보고했다. 다만 같은 연구에서 강도와 빈도는 달랐다. 미국 표본은 자기에게 닥친 일에서 후회가 더 셌지만, 대만 표본은 남에게 영향을 준 일에서 더 셌다. 한국과 미국을 비교한 2021년 연구는 한 걸음 더 갔다. 한국 응답자는 사회적 영역에서는 자기가 한 행동을, 개인적 영역에서는 하지 않은 일을 더 후회했다. 감정의 뼈대는 비슷해도, 어디에 얼마나 걸리는지는 그렇지 않다.

은메달은 왜 덜 웃는가

후회의 재료는 반사실적 사고다. 실제로 일어난 일 옆에 일어나지 않은 일을 세워두고 비교하는 습관이다. 위를 보면 더 나았을 결과가 있고, 아래를 보면 더 나빴을 결과가 있다.

1995년 메드벡과 매디, 길로비치는 올림픽 시상대 사진에서 이 비교를 읽어냈다. 은메달리스트가 동메달리스트보다 덜 행복해 보인다는 것이다. 은메달은 금메달을 향해 위를 보고, 동메달은 4위를 향해 아래를 본다. 거의 이겼다와 그래도 메달은 땄다의 차이다.

dkdk가 시상대 2번 칸에 올라서서 위쪽 1번 칸을 올려다보고 있고, 비어 있는 3번 칸 쪽에는 아래를 향한 화살표만 그려져 있다. 다른 사람은 그리지 말 것
그림 3거의 이겼다와 그래도 메달은 땄다의 차이다

2021년 헤지콕 연구팀이 이 결과를 대규모로 다시 검증했다. 2000년부터 2016년까지 올림픽 시상대 사진을 모아 자동 표정 분석에 걸고, 대회 전 전문지의 순위 예측까지 붙였다. 표정의 차이는 다시 나타났다. 다만 설명은 하나가 아니었다. 범주 비교 설명도, 기대 대비 설명도 모두 지지를 받았다. 은메달리스트가 덜 웃는 이유에는 금메달과의 거리만이 아니라 애초에 그가 더 큰 기대를 받고 올라왔다는 사정도 섞여 있다.

여기서 후회와 실망이 갈린다. 마르셀 제일렌베르흐 연구팀은 사람들에게 겪은 일을 되돌려보라고 시켰다. 후회를 떠올린 사람은 자기 행동을 고쳤고, 실망을 떠올린 사람은 상황을 고쳤다. 후회는 내 손이 닿았던 자리에 생기고, 실망은 세상이 어긋난 자리에 생긴다. 그래서 실망은 시간이 데려가지만 후회는 내 몫으로 남는다.

되고 싶던 나와 되었어야 할 나

그렇다면 왜 하필 안 한 일이 오래 버틸까. 셰이 다비다이와 길로비치는 여섯 편의 연구에서 다른 각을 잡았다. 가장 오래가는 후회는 실제의 나와 이상적인 나 사이의 어긋남에서 온다는 것이다. 마땅히 했어야 할 의무를 어긴 후회는 상대적으로 드물게 남는다.

이유는 대처 속도에 있었다. 의무를 어겼을 때 사람은 빨리 움직인다. 사과하고, 갚고, 수습한다. 그러면 그 후회는 닫힌다. 반면 되고 싶던 사람이 되지 못한 일에는 손을 대기가 어렵다. 마감도 없고 채권자도 없고 화를 내는 상대도 없다. 결혼식에 안 간 것은 다음 주에 전화라도 걸 수 있지만, 스무 살에 그만둔 악기는 누구에게도 갚을 수 없다. 그래서 그냥 열린 채로 있는다. 오래 남는 후회는 더 아픈 후회가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은 후회다.

이 설명은 앞의 결과들과도 맞물린다. 전화 조사에서 오래간 후회가 고칠 수 없는 일에 걸려 있었던 것, 무행동 쪽 후회가 손실이 클 때 더 많이 나온 것 모두 같은 방향이다. 저지른 일은 대개 결과가 확정되어 있어서 마음이 그것을 처리하고 접는다. 하지 않은 일은 결과가 없다. 결과가 없으니 상상이 계속 자란다. 안 간 도시는 매년 더 아름다워진다.

dkdk가 안 가본 도시가 그려진 엽서를 벽에 걸어 두고 해마다 한 겹씩 덧칠하자 그림이 점점 화려해진다
그림 4안 간 도시는 매년 더 아름다워진다

후회를 못 느끼는 뇌

그러니 후회를 피해야 할 감정으로만 다루는 통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사람들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후회를 포함한 열두 가지 부정적 감정을 놓고 평가하게 했을 때, 후회는 다섯 가지 기능 모두에서 가장 유익한 감정으로 꼽혔다. 과거를 이해하고, 다가가고, 피하고, 자신을 알고, 관계를 지키는 데 쓸모가 있다는 것이다.

제일렌베르흐와 피터르스는 이 감정을 아예 조절의 대상으로 놓고 이론을 세웠다. 감정은 느끼기 위해서가 아니라 행동하기 위해 있다는 관점이다. 후회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발생하지만, 정작 하는 일은 다음 결정의 가중치를 바꾸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후회를 없애는 것은 온도계를 부수는 일에 가깝다.

dkdk가 벽에 걸린 온도계를 망치로 내리쳐 눈금이 부서졌는데, 방 안의 열기를 나타내는 아지랑이는 그대로 피어오르고 있다
그림 5후회를 없애는 것은 온도계를 부수는 일에 가깝다

신경과학 쪽 증거도 자주 인용된다. 2004년 카미유 연구팀은 안와전두피질이 손상된 환자들이 도박 과제에서 후회를 보고하지 않았고, 나쁜 결과를 미리 헤아리지도 못했다고 보고했다. 후회가 자책이 아니라 다음 선택을 갱신하는 신호라는 말의 근거가 여기 있다.

다만 이 대목은 조심해서 읽어야 한다. 이 논문은 발표 이듬해 같은 학술지에 반론이 실리고 연구팀이 답변을 내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2014년 레벤스 연구팀은 복내측 전전두피질 손상 환자 7명, 외측 안와전두피질 손상 환자 6명, 다른 부위 손상 대조군 5명, 건강한 대조군 26명을 비교했다. 후회에 둔감해진 쪽은 외측 안와전두피질 환자였는데, 이들의 선택은 정상 대조군만큼 좋았다. 반대로 선택이 나빠진 복내측 환자들은 예상과 달리 후회를 정상적으로 느꼈다. 연구팀 스스로 예측이 빗나갔다고 적었다. 표본이 한 자릿수인 손상 연구들이다. 후회가 학습 신호라는 큰 그림은 살아 있지만, 후회가 사라지면 판단이 무너진다는 깔끔한 도식은 아직 못 박을 수 없다.

피하려다 멈춰 선 자리

후회의 쓸모를 인정하고 나면 마지막 역설이 남는다. 후회를 미리 피하려는 마음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대신 멈춰 세운다.

티코친스키와 피트먼이 이름 붙인 무행동 관성이 그 예다. 좋은 기회를 한 번 놓친 사람은 그다음에 온 조금 덜 좋은 기회마저 잡지 않는다. 지금 잡으면 놓친 것이 확정되어 아프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앤더슨은 이런 회피들을 모아 결정을 미루고 현상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이성과 감정 양쪽에서 나온다고 정리했다. 선택지를 늘리고 되돌릴 여지를 남겨 후회를 줄이려는 설계는, 그래서 종종 아무것도 고르지 않은 상태를 만든다.

박물관 벽의 못 두 개로 돌아가보자. 관람객은 어느 쪽이든 하나를 골라야 카드를 꽂을 수 있었다. 삶에서는 그렇게 정확히 두 개가 놓여 있지 않다. 오늘 하지 않기로 한 일은 아직 후회가 아니다. 그것이 후회가 되려면 몇 년이 지나야 하고, 그때는 이미 고칠 수 없는 일이 되어 있다. 지금 당신이 미루고 있는 일은 어느 쪽 못에 걸릴 것 같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