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를 병에 가두다
신에게 태우던 연기가 몸에 뿌리는 액체가 되기까지, 향수 5천 년의 화학사
향수의 역사는 사라지는 것을 붙잡으려는 화학의 역사다. 신전의 훈향에서 시작해 증류와 알코올을 거치고, 사향노루와 향유고래를 죽여 향을 붙잡다가, 마침내 자연에 없는 냄새를 합성하면서 향은 예술이 됐다. 그리고 지금, 그 화학은 붙잡아 둔 향을 제 손으로 거둬가는 중이다.
2023년, 화학자들이 3,500년 된 항아리 바닥의 찌꺼기를 읽어냈다. 이집트 왕가의 계곡에서 나온 카노푸스 단지였고, 그 안에 남아 있던 것은 아멘호테프 2세의 유모 세네트나이의 장기를 감쌌던 방부 연고였다. 성분 목록이 놀라웠다. 밀랍, 식물성 기름, 동물성 지방, 역청, 소나무과 수지, 발삼, 그리고 다마르 수지. 마지막 것이 문제였다. 다마르는 동남아시아 열대림에서만 나온다. 기원전 15세기 이집트의 시신 한 구에서, 인도양을 건너온 향의 흔적이 나온 셈이다.
이건 향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향수 이야기가 시작되는 자리다.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냄새를 붙잡아 두려 했고, 그러자고 지구 반대편까지 갔다. 향의 역사는 사라지는 것을 붙잡으려는 기술의 역사이고, 그 기술의 이름은 결국 화학이었다.
연기를 통하여
'퍼퓸'이라는 말은 라틴어 perfumare에서 왔다. per fumum, 연기를 통하여. 어원이 원래 용도를 그대로 품고 있다. 향은 몸에 뿌리는 것이 아니라 태우는 것이었고, 받는 쪽은 사람이 아니라 신이었다.
이집트의 키피가 그랬다. 프톨레마이오스 시대에 새겨진 에드푸와 필라에 신전 벽에는 키피 제조법 세 가지가 남아 있다. 각각 열여섯 가지 재료가 들어갔다. 꿀, 포도주, 건포도, 몰약, 노간주나무 열매, 창포. 순서대로 섞어 끓인 뒤 뭉쳐서 숯불에 올리면 향연이 피어올랐다. 키피는 신에게 바치는 제물이면서 동시에 약이었다. 갈레노스는 사람들이 간과 폐 질환에 키피를 마셨다고 적었다.
향을 다루는 일은 곧 물질을 다루는 일이었다. 기록에 남은 최초의 화학자로 자주 꼽히는 인물이 조향사인 것도 그래서다. 기원전 1400년에서 1000년 사이 중기 아시리아의 타푸티벨라트에칼레는 왕실 향료 제조를 총괄했다. 그가 쓴 우려내기, 담그기, 걸러내기, 데웠다 식히기 같은 공정이 점토판에 남아 지금 베를린 서아시아박물관에 있다. 향수를 만든다는 건 처음부터 실험이었다.

증류, 신의 몫을 사람 몫으로
연기를 액체로 바꾼 기술이 증류다. 흔히 아비센나가 증기 증류로 장미 정유를 처음 뽑아냈다고들 한다. 그런데 그보다 한 세기 앞서, 9세기 바그다드의 알킨디가 『향수와 증류의 화학』을 썼다. 이 책에는 장미유를 뽑는 증류 공정이 설명돼 있고 향수 처방이 107가지 실려 있다. 술을 증류한 가장 이른 기록 중 하나도 여기 들어 있다. 아비센나는 발명자라기보다 이 기술을 다듬고 널리 퍼뜨린 쪽에 가깝다.
증류가 무엇을 바꿨는지는 분명하다. 기름에 재료를 재워 향을 옮기던 방식으로는 무겁고 흐릿한 향밖에 얻지 못했다. 정유는 향의 알맹이만 남겼다. 여기에 알코올이 붙으면서 향수는 오늘날의 모습이 된다. 1370년경에 만들어졌다는 헝가리 워터가 향유를 알코올에 녹인 초기 사례이고, 1693년 조반니 파올로 페미니스가 만든 아쿠아 아드미라빌리스가 훗날의 오 드 콜로뉴다.
기술이 뿌리내릴 땅도 필요했다. 프랑스 남부 그라스는 원래 가죽 무두질 도시였다. 지독한 냄새가 나는 가죽을 향으로 덮는 일에서 출발해, 16세기부터 향료 식물을 키우고 향을 조합하는 도시가 됐다. 2018년 유네스코는 그라스의 향수 기술을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올렸다.

사향노루와 향유고래가 치른 값
향이 오래 남으려면 고정제가 필요했고, 가장 좋은 고정제는 동물에게서 나왔다. 사향은 수컷 사향노루의 아랫배 주머니에 있는 향샘에서 얻는다. 문제는 얻는 방법이었다. 덫으로 잡아 죽인 뒤 주머니째 잘라냈다. 향수 한 병의 뒤에는 죽은 노루가 있었다.
용연향은 더 기묘하다. 향유고래의 창자에서 생기는 잿빛 밀랍 덩어리인데, 소화되지 않는 오징어 부리 같은 것을 감싸며 몇 년에 걸쳐 굳는 것으로 본다. 고래가 몸 밖으로 내보낸 덩어리가 바다를 떠다니다 해변에 밀려오면 주운 사람은 횡재를 했다. 향수 업계는 오랫동안 이것을 최고의 고정제로 쳤다. 지금 사향은 CITES가 거래량을 통제하지만 밀렵과 밀거래는 끊이지 않고, 미국에서는 멸종위기종보호법에 따라 용연향의 소지와 거래 자체가 금지돼 있다.
대체물은 엉뚱한 데서 나왔다. 1888년 알베르트 바우어는 더 강력한 TNT를 만들려고 톨루엔을 만지다가 사향 냄새가 나는 물질을 얻었다. 무스크 자일렌, 최초의 합성 사향이다. 1926년에는 레오폴트 루지치카가 천연 사향의 냄새를 내는 무스콘을 아주 적은 양이나마 합성해냈다. 용연향 쪽도 비슷하다. 1946년 용연향에서 앰브레인 결정이 확인됐고, 그것이 산화되며 생기는 앰브록사이드가 냄새의 주역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오늘날 향수에 들어가는 '앰버'는 거의 전부 합성 앰브록사이드다.
합성 향료가 한 일은 향을 싸게 만든 것이 아니다. 동물을 죽이지 않고도 그 냄새를 가질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자연에 없는 냄새
1868년 윌리엄 헨리 퍼킨이 쿠마린을 합성했다. 통카콩과 갓 벤 풀에서 나는 달콤한 냄새의 그 물질이다. 열네 해 뒤인 1882년, 우비강의 폴 파르케가 쿠마린을 향의 중심에 놓고 '푸제르 루아얄'을 내놓았다. 푸제르는 고사리라는 뜻인데, 정작 고사리는 향이 거의 없다. 세상에 없는 냄새에 이름을 붙인 향수였고, 그 이름이 그대로 향수의 한 계열이 됐다.
1889년 에메 겔랑의 '지키'는 한 발 더 갔다. 지키는 합성 원료를 함께 쓴 초기 향수이면서, 특정한 꽃 하나를 재현하려 들지 않은 최초의 추상 향수로 꼽힌다.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생산된 가장 오래된 향수이기도 하다. 향이 모사를 그만두고 작곡에 가까워진 순간이다.
그리고 1921년 5월 5일 샤넬 No.5. 러시아 황실 조향사로 일했던 에르네스트 보가 만들었고, 알데히드가 향을 위로 밀어 올리는 역할을 했다. 여기서 통념 하나를 걷어내자. No.5가 알데히드를 처음 쓴 향수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1912년 우비강의 '켈크 플뢰르'가 이미 알데히드 계열이었다. 실험실 조수가 10퍼센트 희석액인 줄 알고 원액을 들이부어 우연히 명작이 태어났다는 이야기도 널리 퍼져 있지만, 확인된 사실이라기보다 전해 오는 일화에 가깝다. 확실한 건 샤넬의 주문이다. 그는 장미 냄새가 아니라 여자 냄새가 나는 향수를 원했다. 고아원에서 자란 그가 떠올린 기준점이 깨끗한 침구와 노란 비누 냄새였다는 것도 우연 같지 않다. 꽃을 재현하는 대신 청결을 재현한 향수는 100년이 지난 2019년에도 영국에서만 192만 병이 팔렸다.
향수가 예술이 된 건 자연을 더 잘 베껴서가 아니라, 자연을 흉내 내기를 그만두면서다.

냄새에는 계급이 있다
향이 신전을 떠나 몸으로 내려온 뒤로, 향은 곧 신분이었다. 로마의 도시는 냄새가 지독했다. 대부분의 집주인이 변소를 하수로 잇지 않았고, 로마의 하수는 사실상 빗물 배수로에 가까웠다. 사람과 짐승의 배설물, 장작 연기, 화장터 냄새가 뒤엉킨 거리에서 장미와 계피와 유향으로 만든 향유를 바를 수 있는 사람은 정해져 있었다. 1세기부터 유리 향수병이 흔한 출토품이 되는 건 로마 지배하의 예루살렘에서 유리 불기 기술이 나온 덕분인데, 그 병을 가진 쪽과 못 가진 쪽이 맡는 도시는 같은 도시가 아니었다. 캄파니아 파이스툼의 장미는 최고급 향유의 재료로 값이 매겨졌고, 신상에 장미 향유를 발라 올리는 일은 그 자체로 부의 과시였다.
여기서 오래된 통속설 하나를 짚자. 프랑스 사람들이 목욕을 안 해서 향수가 발달했다는 이야기다. 자주 인용되지만 근거는 얇다. 중세 유럽의 파리, 레겐스부르크, 나폴리 같은 도시에는 공중목욕탕이 흔했다. 이 목욕탕들이 16세기에 급격히 문을 닫은 것은 프랑스인의 기질 때문이 아니라 흑사병과 매독, 종교개혁기에 강해진 나체 금기, 그리고 물에 몸을 담그면 모공이 열려 병이 들어온다는 당대 의학의 오해 때문이었다. 씻지 않은 자리를 향수만 채운 것도 아니다. 흰 리넨을 자주 갈아입는 일이 청결의 기준이 됐다. 몸을 물이 아니라 옷으로 씻은 셈이다.
그 시기에 향수가 번성한 것은 맞다. 다만 인과가 반대다. 목욕을 못 해서 향수가 발달한 게 아니라, 냄새로 사람을 구별하던 사회에서 향이 값비싼 표식이었기 때문에 발달했다.
붙잡은 향이 다시 사라질 때
요즘 향수 이야기에 빠지지 않는 통념이 하나 더 있다. 천연 향료가 합성보다 안전하고 우월하다는 믿음이다. 화학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푸제르 계열의 심장인 쿠마린은 식물에서 나오는 천연물이다. 그리고 설치류에서 간독성이 확인돼 1954년 미국에서 식품첨가물로 금지됐다. 베르가못 정유에 든 베르가프텐은 강한 광감작 물질이라, 바르고 햇빛을 쬐면 피부염을 일으킨다. 시프레 향수의 뼈대였던 오크모스는 그 안의 아트라놀과 클로로아트라놀이 향료 접촉 알레르기의 상당 부분을 일으킨다는 지적을 받아 국제향료협회(IFRA)의 규제 대상이 됐다.
이유는 단순하다. 합성 원료는 대개 분자 하나지만, 천연 추출물은 수십에서 수백 개 분자의 혼합물이다. 알레르기를 일으킬 후보가 그만큼 많다. 그렇다고 합성이 늘 안전하지도 않다. 최초의 합성 사향이던 니트로 사향들은 빛에 반응하고 불안정하다는 문제로 밀려났고 일부는 아예 퇴출됐다. 안전한 것은 천연도 합성도 아니라 검증된 분자다.
그래서 지금 벌어지는 일이 묘하다. 규제가 촘촘해지면서 고전 향수들이 하나씩 다시 조합됐다. 오크모스가 빠진 시프레는 예전의 시프레가 아니다. 용연향은 앰브록사이드로 바뀌었다. 조향사들은 아예 빼는 대신 안전한 사용 한도를 정해 달라고 유럽위원회에 요청해 왔지만, 되돌릴 수 있는 재조합은 많지 않다. 사라지는 것을 붙잡으려고 시작한 화학이, 이제는 붙잡아 둔 향을 제 손으로 거둬가고 있다.
향수는 원래 그런 물건이었는지도 모른다. 뿌리는 순간부터 날아가고, 몸 위에서 몇 시간 만에 다른 것이 된다. 어떤 냄새가 수십 년 전의 방으로 우리를 단숨에 데려간다면, 그건 향이 그대로 남아서가 아니라 우리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제는 그 향을 다시 살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병에 갇힌 것은 냄새였을까, 아니면 그 냄새를 맡던 시간이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