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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역사]2026-08-2610분 읽기

우리는 세계를 부어서 만들었다

로마의 콘크리트는 2,000년을 버텼는데, 우리 것은 100년을 걱정한다

콘크리트는 인류가 가장 많이 만든 인공물이자 가장 빨리 늙는 재료다. 판테온의 돔은 철근 없이 1,900년을 버텼고, 오늘 놓는 다리는 126년을 버텨야 한다고 계산된다. 로마의 비법은 잃어버린 적이 없었고, 우리 콘크리트를 갉아먹는 것은 우리가 집어넣은 철근이다.

로마 판테온의 돔 한가운데에는 지름 9미터쯤 되는 구멍이 뚫려 있다. 비가 오면 빗물이 그대로 쏟아져 들어와 대리석 바닥의 배수구로 빠진다. 하드리아누스가 2세기에 다시 세운 이 건물은 1,900년째 그러고 있다. 지름 43.3미터,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큰 무근 콘크리트 돔이다. 철근이 한 가닥도 들어 있지 않다. 한편 미국토목학회는 2025년 인프라 성적표에서, 오늘 새로 놓는 다리가 126년을 버텨줘야 한다고 계산했다. 지금 미국 다리의 평균 나이는 47년이고, 45%는 이미 설계수명 50년을 넘겼다.

비법은 애초에 잃어버린 적이 없다

"로마 콘크리트의 제조법은 완전히 소실됐다"는 말은 절반만 맞다. 비트루비우스는 기원전 1세기에 쓴 『건축십서』 제2권 6장에 이미 다 적어놓았다. 바이아이 일대와 베수비오 산 주변에서 나는 가루가 있는데, 석회와 잡석에 섞으면 "물속에서도 보통 건물에서처럼 단단하게 굳는다"고. 이 화산재가 포촐라나다. 이름은 나폴리 근처 포추올리에서 왔다. 이 책은 중세 내내 필사본으로 살아남았고 르네상스에 인쇄까지 됐다.

사라진 건 글이 아니라 손이었다. 제국이 무너지자 화산재를 캐서 배로 실어 나르고, 거푸집을 짜고, 수만 명을 동원해 부어 넣던 조직이 함께 사라졌다. 끊긴 것은 지식이 아니라 규모다.

책이 있어도 재현이 안 되는 일은 흔하다. 조리법을 안다고 그 요리가 나오지는 않는다. 어떤 화산재를 얼마나 굵게 빻아 어느 온도의 석회에 몇 번 개는지, 그런 것은 글로 옮겨지지 않고 손에서 손으로 간다. 그 손이 끊기면 문장만 남는다. 유럽이 물속에서 굳는 시멘트를 다시 갖게 된 것은 18세기와 19세기의 일이고, 그것도 로마를 흉내 낸 결과가 아니라 처음부터 새로 더듬어 찾은 결과였다.

로마식 콘크리트의 기록을 금고에서 꺼내는 장면
그림 1로마의 비법이 사라졌다는 통념과 실제 기록을 대비한다.

스스로 아무는 돌

2023년 1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린 MIT 연구팀의 논문이 오래된 수수께끼 하나를 풀었다. 로마 모르타르를 현미경으로 보면 흰 석회 덩어리가 박혀 있다. 라임 클라스트라고 부른다. 오랫동안 이건 대충 섞은 흔적, 품질 관리에 실패한 증거로 읽혔다.

린다 시모어와 아드미르 마시치는 거꾸로 봤다. 로마인은 석회를 물에 미리 삭히지 않고 생석회를 그대로 넣어 뜨겁게 반죽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핫 믹싱. 그러면 반응열로 온도가 치솟고, 다 삭지 않은 석회가 알맹이째 굳어 남는다.

이 알맹이가 칼슘 저장고 노릇을 한다. 금이 가면 균열은 주변보다 무른 이 덩어리를 따라 달리고, 물이 스며들면 칼슘이 녹아 나와 방해석으로 다시 굳으면서 틈을 메운다. 연구팀은 이걸 실험으로 확인했다. 다만 시편은 로마 배합의 재현이 아니라, 보통 포틀랜드 시멘트 반죽에 생석회를 7.5~15% 섞은 현대식 배합이었다. 로마를 흉내 낸 게 아니라 로마에서 힌트를 얻은 쪽이다. 이 시편을 일부러 쪼개 0.5밀리미터 틈을 벌려놓고 물을 흘리자, 균열 모양에 따라 1~3주에 걸쳐 유량이 0에 가까워졌고 30일째에는 완전히 멎었다. 틈은 새로 생긴 방해석으로 꽉 차 있었다. 생석회를 뺀 대조군은 끝까지 물이 흘렀다.

바닷물도 적이 아니었다. 마리 잭슨 연구팀이 2017년 『아메리칸 미네랄로지스트』에 보고한 로마 방파제 시료에서는, 바닷물이 화산재를 천천히 녹이며 알루미늄 토버모라이트와 필립사이트 결정을 새로 키우고 있었다. 2,000년째 반응이 진행 중이었다는 뜻이다. 바닷물이 갉아먹는 게 아니라 짜 맞추고 있었다.

로마 콘크리트는 완성된 물건이 아니라 아직 반응이 끝나지 않은 물건이었다. 우리 콘크리트는 28일이면 설계강도를 내고, 그다음부터는 내리막이다.

콘크리트 균열이 광물로 스스로 메워지는 장면
그림 2균열을 따라 진행되는 자가치유 작동을 보여준다.

그래도 로마식으로는 아파트를 못 짓는다

여기서 한 걸음 물러설 필요가 있다. 로마 콘크리트가 무조건 낫다는 결론은 위험하다.

우선 우리는 살아남은 것만 본다. 2023년 『International Journal of Architectural Heritage』에 실린 대규모 리뷰가 대놓고 짚는다. 오늘 연구되는 로마 건축물은 대부분 살아남은 것들이고, 그래서 가장 성공한 사례들이며, 나머지는 세월을 견딜 만큼 튼튼하지 않았다고. 판테온은 표본이 아니라 예외다.

강도도 신화와 다르다. 이탈리아에서 채취한 실물 로마 콘크리트의 압축강도는 대개 0.3~14메가파스칼 사이에 흩어져 있다. 요즘 포졸란 콘크리트가 28일에 20~45메가파스칼을 내는 것과 비교가 안 된다. 2014년 『PNAS』의 재현 실험은 더 직설적이다. 180일 양생한 로마식 모르타르의 영률과 인장강도는 현대 구조용 콘크리트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콘크리트는 누르는 힘에 강하고 당기는 힘에 형편없다. 로마인이 스팬을 못 낸 건 아니다. 디오클레티아누스 욕장의 교차볼트는 20미터를 넘고 판테온은 40미터를 넘는다. 다만 그건 아치와 돔으로 하중을 전부 압축으로만 흘려보낸 결과였다. 철근이 없으면 보와 슬래브, 캔틸레버, 기둥과 보로 짠 고층 골조는 못 만든다. 우리가 사는 건물 형태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속도도 문제였다. 비트루비우스는 제5권에서 항만 교각을 부으면 최소 두 달은 굳혀야 한다고 적었다. 현대 콘크리트가 빨리 늙는 건 실패가 아니라 선택이다. 28일 만에 강도가 나와야 거푸집을 떼고 다음 층을 올린다. 1824년 조지프 애스프딘이 특허를 낸 포틀랜드 시멘트는 그 속도의 출발점이었다. 굳은 색이 포틀랜드섬 석회암을 닮아 붙은 이름이다.

로마 돔과 현대 아파트가 서로 다른 조건을 견디는 장면
그림 3내구성 비교만으로 현대 공학의 요구를 지울 수 없음을 설명한다.

철근이라는 시한폭탄

시멘트에 철근을 넣으면서 건축이 폭발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콘크리트에 시계가 달렸다.

갓 부은 콘크리트 속은 pH 12.5쯤 되는 강알칼리다. 이 환경에서 철근 표면에는 얇은 산화 피막이 생겨 녹을 막는다. 콘크리트가 철근을 지켜주는 셈이다. 문제는 그 보호가 영구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공기 중 이산화탄소가 콘크리트 속으로 천천히 스며들어 수산화칼슘과 반응해 탄산칼슘으로 바뀐다. 이 중성화가 진행되면 pH가 9~11까지 떨어지고 피막이 깨진다. 바닷바람과 겨울철 제설염이 실어 오는 염화물 이온은 더 빠르다. 피막이 벗겨진 철근은 녹슬고, 녹은 원래 철보다 부피가 최대 여섯 배까지 부푼다. 콘크리트 안에서 부피가 여섯 배로 자라는 물질이 생기면 결과는 하나다. 안에서부터 밀어내 갈라지고, 겉껍질이 떨어져 나간다.

미국토목학회 집계로 미국의 다리 62만 3,218개 중 6.8%, 4만 2천 개가 '불량' 판정을 받았다. 보수에 드는 돈은 1,913억 달러로 추산된다. 판테온은 지금까지 보수비 청구서를 보낸 적이 없다.

로마인은 철근을 안 쓴 게 아니라 못 썼다. 그 결핍이 판테온을 2,000년 살렸다.

녹슨 철근이 팽창하며 콘크리트에 균열을 내는 장면
그림 4강도를 준 철근이 장기 내구성을 갉는 역설을 드러낸다.

반응식이 뿜는 이산화탄소

미국지질조사국이 2026년 2월에 낸 통계로 2025년 세계 시멘트 생산량은 38억 톤이다. 중국이 17억 톤, 거의 절반을 만든다.

시멘트를 만들려면 석회암을 가마에 넣고 굽는다. 이때 일어나는 반응은 CaCO₃ → CaO + CO₂. 탄산칼슘에서 이산화탄소를 떼어내는 것이 이 공정의 목적 자체다. 로비 앤드루가 2019년 『Earth System Science Data』에 발표한 계산으로, 2018년 이 소성 과정에서만 15억 톤의 이산화탄소가 나왔다. 화석연료 연소 배출량의 약 4%다. 여기에 가마를 데우는 연료가 60%가량을 더 얹는다.

계산해보면 시멘트가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절반 이상은 연료가 아니라 화학반응 자체에서 나온다. 가마를 태양광으로 돌려도 사라지지 않는 몫이다. 흔히 인용되는 "전 세계 배출량의 8%"는 무엇을 분모로 잡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숫자다. 앤드루의 수치를 그대로 따라가면 6~7% 언저리가 나온다. 어느 쪽이든 시멘트는 화석연료와 토지이용 변화 다음가는 세 번째 배출원이다.

업계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미국에서는 클링커 일부를 석회석 가루로 바꾼 포틀랜드-석회석 시멘트가 빠르게 표준이 됐다. 2024년 첫 여덟 달 동안 미국 시멘트 출하량의 58%가 혼합시멘트였고, 그중 97%가 이 종류였다.

위안이 아주 없지는 않다. 굳은 콘크리트는 평생에 걸쳐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도로 빨아들인다. 시펑밍 연구팀이 2016년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서 이 탄산화 흡수가 무시할 수 없는 규모라고 보고했다. 뱉은 만큼은 아니어도, 콘크리트는 조용히 숨을 되쉰다.

콘크리트 생산과 함께 이산화탄소와 모래 비용이 나오는 장면
그림 5시멘트 소성과 골재 채취라는 두 환경 비용을 묶어 보여준다.

모래가 모자란다

콘크리트의 대부분은 시멘트가 아니라 모래와 자갈이다. 인류는 해마다 모래와 자갈을 500억 톤씩 파낸다. 지구에서 가장 많이 캐내는 고체다.

사막 모래를 쓰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안 된다. 바람에 오래 굴러다닌 모래알은 둥글고 매끈해 서로 맞물리지 않는다. 게다가 너무 곱다. 사막 모래는 60%가량이 0.15~0.30밀리미터 구간에 몰려 있어 골재 규격을 못 맞춘다. 사하라를 옆에 두고도 강모래를 사 와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사람들은 강바닥과 해안을 판다. 2019년 메테 벤딕센 연구팀이 『네이처』에 쓴 글의 요지는 간단했다. 모래가 지구에 얼마나 있는지, 해마다 얼마나 캐내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 오로라 토레스 연구팀은 2017년 『사이언스』에서 이 상황을 "모래 공유지의 비극"이라고 불렀다.

규제가 닿지 않는 곳에는 다른 것이 먼저 온다. 2018년 3월 인도 마디아프라데시주에서 기자 산디프 샤르마가 트럭에 치여 숨졌다. 서른여섯이었다. 악어 보호구역의 불법 모래 채취를 눈감아 주는 대가로 매달 뇌물을 받기로 한 경찰 간부를 몰래 촬영한 직후였다.

아이러니는 몰디브 말레에서 가장 선명하다.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도시 중 하나인 이 섬은 해수면 상승으로 살 땅이 줄어들자, 다른 섬에서 모래를 퍼 와 땅을 넓히고 있다.

유엔환경계획의 파스칼 페두치는 모래를 해수면 상승과 폭풍해일, 해안 지하수 염수화를 막아주는 "우리의 첫 번째 방어선"이라고 불렀다. 우리는 그 방어선을 퍼내서 방파제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2020년 12월 『네이처』에 실린 바이츠만연구소 연구팀의 계산에 따르면, 바로 그해 인간이 만든 물건의 총 질량이 지구상 모든 생물의 총 질량, 약 1.1조 톤을 넘어섰다. 그 무게는 20년마다 두 배가 된다. 지금 지구에 사는 한 사람마다, 매주 자기 몸무게보다 무거운 인공물이 새로 생기고 있다.

우리는 세계를 부어서 만들었다. 로마인은 몇 세대에 걸쳐 굳는 재료로 2,000년 쓸 것을 지었고, 우리는 28일이면 굳는 재료로 100년 쓸 것을 짓는다. 판테온의 구멍으로는 오늘도 비가 들어온다. 우리가 부어놓은 것들은 그 비를 얼마나 견딜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