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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2026-07-267분 읽기

내 안의 우주

장내 미생물이 기분과 선택을 조종한다는 이야기, 어디까지가 과학이고 어디부터가 광고인가

당신의 배 속에는 수십조 개의 미생물이 살고, 그들은 신경과 호르몬과 면역을 통해 뇌와 끊임없이 대화한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문장은 이렇다. "당신의 기분은 사실 미생물이 정한다." 매혹적이지만, 절반은 사실이고 절반은 과장이다. 이 글은 확립된 것과 아직 추정인 것 사이의 경계를 정직하게 그어보려는 시도다.

오래도록 교과서에 실려 있던 숫자 하나가 있다. 우리 몸속 세균이 인간 세포보다 열 배 많다는 것. 10대 1. 이 문장은 수십 년간 강연과 기사, 건강식품 광고를 떠돌며 "우리는 사실 미생물의 숙주에 불과하다"는 서사의 근거가 되어왔다. 그런데 2016년, 바이츠만 연구소 연구진이 원 출처를 추적해 다시 계산했더니 실제 비율은 대략 1대 1에 가까웠다. 70킬로그램 성인 기준으로 세균은 약 3.8×10¹³개, 인간 세포는 약 3.0×10¹³개. 그마저도 하루 사이에, 특히 배변 전후로 출렁인다. 열 배가 아니라 엇비슷했던 것이다.

이 정정은 사소해 보이지만 상징적이다. 장내 미생물이라는 주제는 진짜 과학적 흥분과 진짜 과대광고가 유난히 촘촘하게 뒤엉킨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 안의 우주"를 여행하기에 앞서, 무엇이 단단한 땅이고 무엇이 아직 안개인지부터 표시해두자.

두 번째 게놈, 두 번째 뇌

숫자가 열 배에서 한 배로 줄었다고 해서 미생물의 중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성인의 장에는 약 1,000종에 달하는 세균이 10¹³에서 10¹⁴ 규모로 서식하고, 이들이 지닌 유전자를 모두 합치면 인간 유전자의 100배가 넘는다. 한 대규모 메타지놈 연구는 사람 장에서 약 330만 개의 고유 유전자를 확인했는데, 이는 인간 게놈보다 150배 많은 수다. 과학자들이 이 집합을 우리의 **'두 번째 게놈'**이라 부르는 이유다. 우리는 단일한 유기체라기보다, 인간 게놈과 미생물 메타지놈이 함께 굴러가는 일종의 초유기체(superorganism)에 가깝다.

이 미생물 군단이 뇌와 소통하는 통로가 바로 **장-뇌 축(gut-brain axis)**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제2의 뇌'라 불리는 장 신경계(enteric nervous system)가 있다. 장벽을 따라 얇게 깔린 이 신경망에는 5억 개가 넘는 신경세포가 들어 있다. 척수에 맞먹는 규모다. 장 신경계는 뇌의 명령 없이도 소화 운동과 분비, 혈류를 스스로 조절할 만큼 자율적이다. 우리가 소화 과정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배 속에 이미 유능한 관리자가 상주하기 때문이다.

장과 뇌를 잇는 물리적 케이블이 미주신경(vagus nerve)이다. 이 신경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양방향 고속도로다. 아래에서 위로는 영양 상태, 염증, 세균의 존재 같은 정보가 올라가고, 위에서 아래로는 스트레스와 소화 통제 신호가 내려온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 미주신경을 오가는 신호의 대부분은 뇌에서 장으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장에서 뇌로 올라간다. 대화의 주도권은 오히려 아래쪽에 있는 셈이다.

미생물의 유전 정보와 장-뇌 신호를 잇는 기계를 돌리는 dkdk
그림 1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유전 정보와 장-뇌 신호망을 하나의 연결된 시스템으로 소개한다.

세로토닌 90퍼센트의 함정

여기서 이 분야에서 가장 자주, 가장 부정확하게 인용되는 사실을 마주해야 한다.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의 90퍼센트는 장에서 만들어진다." 이 문장 자체는 사실이다. 실제로 몸속 세로토닌의 약 90에서 95퍼센트는 장의 장크롬친화세포(enterochromaffin cell)에서 생성된다. 문제는 이 사실이 거의 항상 잘못된 결론으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그러니 장을 잘 돌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식으로.

그러나 결정적인 단서가 빠져 있다. 세로토닌은 혈액-뇌 장벽을 통과하지 못한다. 즉 장에서 만들어진 세로토닌은 혈류를 타고 뇌로 흘러들어가 기분을 밝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몸에는 사실상 분리된 두 개의 세로토닌 저장고가 있다. 장에서 만들어져 소화 운동과 혈관, 대사를 조절하는 말초 세로토닌, 그리고 뇌 안에서 따로 만들어져 기분과 정서에 관여하는 중추 세로토닌. 항우울제가 겨냥하는 것은 후자다.

장이 세로토닌의 대부분을 만든다는 사실과, 그 세로토닌이 당신의 기분을 만든다는 주장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앞엣것은 생화학이고, 뒤엣것은 대체로 마케팅이다.

물론 장의 세로토닌이 뇌와 완전히 무관하다는 뜻은 아니다. 장 세로토닌은 미주신경 말단을 자극해 간접적으로 신호를 올려보낼 수 있고, 미생물은 세로토닌을 만드는 재료인 트립토판의 대사에 관여한다. 연결은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그 연결은 "장 세로토닌 = 뇌의 행복"이라는 직선이 아니라, 여러 중간역을 거치는 우회로다. 이 구분을 놓치면, 요구르트 한 통으로 우울을 다스릴 수 있다는 환상에 이르게 된다.

장의 90퍼센트 표지와 별도인 뇌 항아리 사이를 닫는 dkdk
그림 2장에서 만들어진 세로토닌이 그대로 뇌로 건너가 기분을 만든다는 오해를 차단한다.

무균 쥐가 알려준 것, 그리고 알려주지 못한 것

미생물이 정말 행동을 바꿀 수 있는가. 이 질문에 가장 강력한 증거를 준 것은 무균(germ-free) 쥐 실험이다. 태어날 때부터 어떤 미생물도 없이 자란 쥐들은 스트레스 호르몬 축(HPA 축)이 비정상적으로 과민하게 반응했다. 미생물이 없으면 뇌의 스트레스 반응 자체가 다르게 발달한다는 뜻이다. 이 발견이 분야 전체에 불을 붙였다.

가장 인용할 만한 실험은 2011년 코크대학의 크라이언과 다이넌 연구팀이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것이다. 연구진은 쥐에게 유산균 락토바실루스 람노서스(Lactobacillus rhamnosus) JB-1을 먹였더니 불안 행동이 줄고, 뇌의 GABA 수용체 발현이 바뀌었으며, 스트레스 호르몬 반응이 무뎌지는 것을 확인했다. 여기까지는 "미생물이 기분을 바꾼다"는 이야기의 완벽한 증거처럼 보인다. 그런데 진짜 결정적인 대목은 그다음이었다. 연구진이 쥐의 미주신경을 절단하자, 유산균의 효과가 통째로 사라졌다. 행동도, GABA 수용체도 더 이상 변하지 않았다. 이 실험은 장의 미생물이 미주신경이라는 물리적 케이블을 통해 뇌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인과의 사슬을 끊어 보임으로써 증명했다.

여기에 더해, 우울증 환자의 장내 미생물을 무균 쥐에게 옮기면 그 쥐가 우울과 유사한 행동을 보인다는 분변 미생물 이식(FMT) 실험까지 있다. 미생물이 행동을 옮긴 것이다. 이쯤 되면 결론이 난 것 같다.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그어야 할 선이 있다. 이 인과의 증거는 거의 전부 동물에서 나온 것이다. 쥐의 뇌는 인간의 뇌가 아니고, 무균 쥐라는 극단적 조건은 미생물이 뒤섞인 실제 인간의 몸과 거리가 멀다. 동물에서 강력한 인과가, 인간에서도 같은 강도로 성립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 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바로 위 유산균 이야기의 후일담이다. 쥐에서 그토록 극적이던 JB-1을 건강한 성인 남성에게 먹인 후속 임상시험의 제목은 "Lost in translation(번역에 실패하다)"이었다. 결과는 무효였다. 스트레스도, 인지 수행도 유의미하게 바뀌지 않았다. 쥐에서 인간으로 넘어오는 다리는 생각보다 훨씬 좁고 미끄럽다.

무균 동물 실험에서 단서만 걸러내고 인간 결론은 막는 체
그림 3동물 실험이 기전을 탐색하는 강력한 단서이지만 인간의 결과를 곧바로 확정하지는 못함을 보여준다.

미생물이 당신의 식욕을 조종한다는 가설

기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미생물이 우리의 '선택'까지 조종한다는 대담한 가설도 있다. 2014년 학술지 바이오에세이스(BioEssays)에 실린 논문은 장내 미생물이 자신에게 유리한 먹이를 얻기 위해 숙주의 식욕을 조작할 수 있다는 진화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미생물이 특정 음식에 대한 갈망을 만들거나, 원하는 것을 먹기 전까지 불쾌한 기분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경로로는 보상·포만 회로에 대한 개입, 기분을 바꾸는 대사물질 분비, 심지어 미각 수용체의 변형과 미주신경 하이재킹까지 거론된다. 이야기로서는 소름 끼치게 매혹적이다. 배 속의 세입자가 나를 조종해 초콜릿 앞으로 이끈다니.

그러나 이 가설은, 논문 저자들 스스로도 인정하듯, 아직 가설이다. 인간의 음식 갈망을 미생물의 이기심만으로 설명하기엔 앞뒤가 맞지 않는 대목이 많다. 갈망은 영양이 부족할 때가 아니라 풍족할 때도 찾아오고, 정작 갈망하는 음식은 부족하다는 영양소를 채워주는 음식이 아닌 경우가 흔하며, 단식은 갈망을 키우기는커녕 줄인다. 비만인 사람의 미생물 다양성이 낮다는 관찰이 있긴 하지만, 그것이 원인인지 결과인지는 관찰 연구만으로 가를 수 없다. "미생물이 당신의 식욕을 조종한다"는 문장은 연구 가설로서는 흥미롭지만, 확립된 사실로 소비되어서는 곤란하다.

미생물 탱크의 운전대와 식욕 사이에 가설 제동기를 둔 dkdk
그림 4미생물의 식욕 영향 가능성과 ‘조종’이라는 강한 표현 사이의 증거 간극을 표시한다.

그래서, 내 기분은 나의 것인가

정직하게 정리하자. 확립된 것부터. 장에는 방대한 미생물 생태계가 있고, 장 신경계와 미주신경이라는 실체적 통로로 뇌와 양방향으로 대화한다. 미생물이 없거나 교란되면 동물의 뇌 발달과 행동이 달라진다는 것도 반복해서 확인됐다. 이 축은 실재한다.

추정의 영역도 분명하다. 특정 유산균을 먹어 인간의 기분이나 우울을 안정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가. 최근 여러 메타분석은 프로바이오틱스가 우울·불안 증상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낮춘다고 보고하지만, 연구들 사이의 이질성이 매우 크고 효과의 크기는 대체로 완만하며 방법론적 한계가 뚜렷하다. 다시 말해, 유망하지만 아직 처방으로 확정할 단계는 아니다. 마트 진열대의 '기분 개선 유산균'이 임상적으로 검증된 치료제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나의 기분과 결정은 정말 나만의 것인가. 가장 정직한 답은 이렇다. 온전히 나만의 것도 아니고, 미생물이 조종하는 꼭두각시도 아니다. 나의 뇌, 나의 미생물, 내가 먹은 것, 내가 겪은 스트레스가 끊임없이 협상하는 집단적 결과에 가깝다. 이 그림은 "미생물이 당신을 조종한다"는 표제보다 덜 자극적이지만 훨씬 더 흥미롭다. 우리는 홀로 사고하는 단일한 자아가 아니라, 수십조 개의 동거인과 함께 하나의 기분을 빚어내는 협업의 산물이라는 뜻이니까. 배 속의 우주는 진짜다. 다만 그 우주의 지도는 아직 절반쯤만 그려져 있고, 나머지 절반을 광고 문구로 메우지 않는 것이 지금 우리가 지킬 수 있는 최선의 정직함이다.

미생물·신경·면역 입력을 섞어 기분 계기를 만드는 dkdk
그림 5기분은 미생물 하나의 명령이 아니라 신경·호르몬·면역이 얽힌 양방향 상호작용의 결과라는 결론을 고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