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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역사]2026-09-0810분 읽기

경매 — 값을 모르는 채로 파는 기술

값을 모르는 채로 파는 기술

정찰제가 값을 미리 정해 파는 기술이라면, 경매는 값이 사람들의 머릿속에만 있을 때 그것을 끄집어내는 장치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물어보느냐에 따라 대답이 달라진다. 공개 호가와 봉인 입찰, 1등 가격과 2등 가격은 서로 다른 전략과 다른 낙찰가를 낳고, 아무도 진짜 값을 모르는 자리에서는 이긴 사람이 손해를 보는 승자의 저주가 생긴다. 헤로도토스가 전한 마을의 장치에서 네덜란드 화훼 시계와 주파수 경매를 거쳐, 지금 이 페이지가 열리는 동안 열리고 있는 광고 경매까지.

값을 모르는 물건이 방 한가운데 놓여 있다. 파는 사람도 정확히는 모르고, 사려는 사람들은 서로의 속을 모른다. 이럴 때 가격표를 붙이는 일은 거의 도박이다. 높게 붙이면 아무도 오지 않고, 낮게 붙이면 붙이는 순간 손해가 확정된다. 경매는 바로 이 곤경에서 자라난 장치다. 값을 미리 정해 내거는 대신, 값을 아는 사람들이 스스로 말하게 만드는 것. 정찰제가 값을 앞세워 두고 손님을 기다리는 기술이라면, 경매는 값이 아직 사람들의 머릿속에만 있을 때 그것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기술이다.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물어보느냐에 따라, 끄집어낸 대답은 달라진다.

마을 한가운데에 놓인 오래된 장치

헤로도토스는 《역사》 1권 196장에서 바빌로니아의 한 관습을 전한다. 해마다 마을의 혼기 찬 처녀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전령이 가장 아름다운 이부터 차례로 값을 불러 팔았다는 것이다. 부유한 남자들이 서로 값을 올려 불렀고, 미인들이 팔려나간 뒤에는 방향이 뒤집힌다. 남은 이들에게는 음의 가격이 붙는다. 앞서 걷힌 돈에서 지참금을 떼어, 가장 적은 액수를 받겠다고 약속한 사람에게 넘겼다는 것이다. 헤로도토스는 이것을 그들의 가장 현명한 관습이라 부르면서, 정작 지금은 사라졌다고 덧붙인다.

읽고 나면 놀라운 것은 매매가 아니라 설계다. 올림 경매로 값을 만들고 그 돈으로 내림 경매를 돌려 재분배까지 해내는 구조. 다만 이 대목은 사료로서의 신빙성이 오래 논쟁거리였다. 헤로도토스는 같은 관습을 일리리아의 에네토이족에게도 돌리는데, 이렇게 겹쳐 나오는 이야기는 대개 실측이 아니라 전해 들은 이야기의 흔적이다. 그러니 이건 확인된 제도가 아니라 전해지는 이야기로 두는 편이 옳다.

확인되는 쪽은 좀 더 밋밋하다. 고대 로마의 채권자들은 빚을 못 갚은 사람에게서 압류한 재산을 경매로 처분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경매회사인 스톡홀름 옥션베르크가 1674년에 문을 열었을 때도 목적은 같았다. 몰수한 물건을 파는 것. 소더비가 1744년에, 크리스티가 그 뒤에 등장하면서 비로소 경매는 처분의 기술에서 값을 만들어내는 기술로 옮겨간다. 그림에는 원가가 없다. 그래서 미술 경매장은 값을 발견하는 동시에 값을 공표하는 장소가 됐다. 도록에 실린 추정가, 그 아래 숨겨둔 최저 낙찰가, 그리고 망치가 떨어진 순간의 숫자. 오늘날 어떤 화가의 그림이 얼마인지를 우리가 안다고 믿을 때, 그 숫자는 대개 경매장에서 만들어져 기록으로 남은 것이다.

dkdk가 값표가 붙어 있지 않은 물건 앞에서, 허공에 흩어져 떠 있는 숫자들을 국자로 떠서 장부에 옮겨 담는다
그림 1그 숫자는 대개 경매장에서 만들어져 기록으로 남은 것이다

네 개의 방, 네 개의 규칙

경매는 하나가 아니다. 값을 물어보는 방식이 최소한 네 가지다.

dkdk가 똑같이 생긴 물건을 문이 넷 달린 상자에 하나씩 밀어 넣는데, 문마다 붙은 규칙표가 다르고 나오는 숫자도 각각 다르다
그림 2값을 물어보는 방식이 최소한 네 가지다

첫째, 경매인이 낮은 값에서 시작해 올려 부르고 참가자들이 따라붙는 영국식. 우리가 경매라 하면 떠올리는 그 방이다. 둘째, 높은 값에서 시작해 시계바늘이 내려오다가 누군가 먼저 손을 드는 순간 끝나는 네덜란드식. 셋째, 각자 봉투에 값을 적어 내고 최고액을 쓴 사람이 자기가 쓴 값을 내는 봉인 1등 가격 방식. 넷째, 똑같이 봉투를 걷지만 낙찰자가 내는 값은 2등이 쓴 값인 방식. 199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윌리엄 비크리가 1961년 논문에서 분석해 그의 이름이 붙은 형식이다.

네 번째가 이상하게 들린다면 정상이다. 1등에게 2등 값만 받으면 파는 쪽이 손해 같다. 그런데 이 규칙 아래에서 참가자는 거짓말할 이유가 사라진다. 자기 진짜 값보다 낮게 쓰면 딸 수 있었을 물건을 놓칠 뿐이고, 높게 쓰면 안 사도 될 값에 사게 될 뿐이다. 정직하게 쓰는 것이 언제나 최선인 구조. 비크리는 여기서 더 나아가, 참가자들이 합리적이고 위험에 중립적이며 각자의 가치가 서로 무관한 조건에서는 잘 알려진 형식들이 판매자에게 같은 기대수익을 안긴다는 것을 보였다. 수익 동등성이라 불리는 결과다.

여기에는 조건이 붙어 있다. 각자의 가치가 서로 무관할 것. 이 전제가 무너지는 순간, 형식들 사이의 균형도 함께 무너진다.

시계가 거꾸로 도는 이유

네덜란드 화훼 경매장에는 커다란 시계가 걸려 있다. 바늘은 높은 값에서 출발해 내려온다. 사려는 사람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되고, 가장 먼저 누른 사람이 가져간다. 로열 플로라홀란드 한 곳에서만 하루 5,000만 송이 넘는 꽃과 식물이 거래되고, 거래 건수는 하루 평균 10만 건, 연 매출은 50억 유로를 넘는다.

왜 하필 내림 방식일까. 꽃이 시들기 때문이라는 답은 절반만 맞다. 진짜 이유는 구조에 있다. 올림 경매는 낙찰까지 여러 번의 응답이 오가야 하지만, 내림 경매는 첫 번째 누름에서 즉시 끝난다. 참가자가 내리는 결정은 "지금 누를까, 조금 더 기다릴까" 하나뿐이고, 그 결정이 나오는 순간 거래가 종료된다. 하루에 수만 로트를 넘겨야 하는 시장에서 속도는 부수적 미덕이 아니라 설계의 목적이다. 잘라 말하면, 이 시장은 최고가를 뽑아내려고 그 형식을 고른 게 아니다.

dkdk가 바늘이 거꾸로 도는 커다란 시계 아래로 꽃을 실은 수레를 빠르게 밀어 통과시킨다
그림 3이 시장은 최고가를 뽑아내려고 그 형식을 고른 게 아니다

저주받은 승자

1971년, 석유 기술자 세 사람이 이상한 현상을 논문으로 정리했다. 카펜과 클랩과 캠벨은 멕시코만 해저 유전의 채굴권 입찰에서 회사들이 기대만큼 돈을 벌지 못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매장량은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 각 회사가 나름의 추정치를 내놓을 뿐이다. 그런데 봉인 입찰에서 이기는 회사는 언제나 가장 낙관적으로 추정한 회사다. 즉 낙찰된다는 사실 자체가, 내 추정이 남들보다 높았다는 나쁜 소식이다. 이것이 승자의 저주다.

dkdk가 낙찰을 알리는 망치를 받아 들고 트로피를 들어 올렸는데, 그 트로피에 큼직한 금이 가 있는 것을 뒤늦게 본다
그림 4낙찰된다는 사실 자체가, 내 추정이 남들보다 높았다는 나쁜 소식이다

이 용어는 경제학이 아니라 유전 현장에서 왔다. 이론의 틀을 세운 것은 로버트 윌슨이었다. 그는 물건의 가치가 참가자마다 다른 사적 가치가 아니라 결국 모두에게 같은 공통 가치일 때, 합리적인 입찰자는 자기 추정치보다 낮게 써야 한다는 것을 보였다. 불확실성이 클수록 더 몸을 사리고, 낙찰가는 더 내려간다. 정보에서 뒤처진 참가자는 아예 참가를 포기한다.

중요한 건 이 저주가 어리석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아무도 실수하지 않아도, 모두가 성실하게 추정해도, 가장 높은 추정치를 가진 사람이 이기는 규칙이 있는 한 저주는 구조적으로 발생한다. 그러니 해법도 심리가 아니라 설계 쪽에 있다. 참가자가 스스로 깎아 쓰거나, 규칙이 참가자에게 남의 정보를 보여주거나 둘 중 하나다.

폴 밀그럼은 사적 가치와 공통 가치가 섞인 현실을 다루면서 결정적인 한 수를 뒀다. 로버트 웨버와 함께 1982년에 발표한 연구가 그것이다. 영국식 경매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어느 값에서 손을 놓는지가 실시간으로 보인다. 남은 사람들은 처음보다 더 많이 알게 되고, 그만큼 덜 움츠린다. 반면 네덜란드식은 첫 누름으로 끝나므로 아무 정보도 새로 만들어내지 않는다. 승자의 저주가 더 무섭고, 그래서 낙찰가가 더 낮다.

방금 수익 동등성이 깨졌다. 사적 가치의 세계에서 나란히 서 있던 형식들이 공통 가치의 세계로 넘어오는 순간 순서가 생긴다. 입찰과 참가자의 정보가 강하게 연결될수록 판매자의 수익이 올라간다는 원리다. 그래서 집을 파는 사람은 입찰 전에 독립적인 감정평가를 붙이는 편이 유리하다. 정보를 감추는 게 아니라 푸는 쪽이 이득이라는, 다소 반직관적인 결론이다.

주파수, 이론이 제도가 되던 날

1990년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난처했다. 주파수 대역을 나눠줘야 하는데, 사업계획서를 심사하는 방식은 로비 비용만 키웠고, 추첨으로 바꾸자 전국 사업자가 지역마다 뚝뚝 끊긴 망을 갖게 됐다. 면허의 시장가치는 수십억 달러였는데 그 돈은 국고가 아니라 되팔이 시장으로 흘렀다. 1993년, 경매로 하기로 결정된다.

문제는 주파수가 낱개로 팔 수 없는 물건이라는 데 있었다. 북쪽 지역 면허의 가치는 남쪽 면허를 얻느냐에 달려 있고, 그 결과는 아직 모른다. 밀그럼과 윌슨은 프레스턴 맥아피와 함께 동시 다회전 경매를 고안했다. 모든 지역을 한꺼번에 낮은 값부터 열어놓고 여러 라운드에 걸쳐 반복해서 부르게 하는 방식이다. 1994년 7월 처음 시행된 그 경매는 47라운드를 돌아 10개 면허를 6억 1,700만 달러에 팔았다. 그전까지 사실상 공짜로 나눠주던 것들이었다. 1994년부터 2014년까지 이 방식으로 미국이 거둔 돈은 1,200억 달러를 넘고, 전 세계로는 2,000억 달러를 넘는다.

2020년 10월 12일,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밀그럼과 윌슨에게 노벨경제학상을 주면서 이유를 이렇게 적었다. "경매 이론의 개선과 새로운 경매 형식의 발명에 대하여."

발명이라는 단어가 눈에 걸린다. 경매는 오래된 관습이지만, 경매의 형식은 설계할 수 있는 물건이고 설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페이지가 열리는 동안

당신이 어떤 웹페이지를 여는 순간, 그 페이지의 광고 자리 하나를 놓고 경매가 열린다. 브라우저가 신호를 보내면 거래소가 입찰 요청을 뿌리고, 수십 곳의 수요처가 각자의 값을 회신하고, 낙찰자가 정해지고, 이미지가 그려진다. 요청부터 낙찰까지 허용되는 시간은 페이지가 다 그려지기 전, 사람이 알아차릴 수 없는 폭이다. 이 대화가 어떤 형식으로 오가야 하는지는 업계 표준 규격으로 문서화되어 있다. 하루에 수천억 번, 참가자도 낙찰가도 모른 채 우리는 매일 이 경매장의 물건 쪽에 서 있다.

dkdk가 경매대 위에 물건 대신 자기 자신이 올라서 있고,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는 화살표 숫자들이 사방에서 순식간에 날아든다
그림 5참가자도 낙찰가도 모른 채 우리는 매일 이 경매장의 물건 쪽에 서 있다

검색광고에서 오래 쓰인 형식은 일반화된 2등 가격 방식이었다. 낙찰자가 자기 값이 아니라 바로 아래 순위의 값을 낸다. 비크리 경매와 닮았다. 그런데 2007년 에덜먼과 오스트롭스키와 슈워츠가 보인 것은, 닮았을 뿐 같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자리가 여럿이 되는 순간 정직하게 쓰는 것이 더 이상 최선이 아니게 된다. 이름은 2등 가격인데 비크리의 그 성질은 사라진다.

그리고 2019년 3월, 구글은 애드 매니저의 디스플레이·비디오 인벤토리를 통합 1등 가격 경매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낙찰자는 자기가 쓴 값을 낸다. 이유로 든 것은 최고가가 아니라 단순함과 투명성이었다. 규칙이 바뀌자 세계의 모든 광고주가 입찰 전략을 다시 짰다. 값이 달라져서가 아니라, 값을 물어보는 방식이 달라져서다.

경매는 최고가를 받아내는 방식이 아니다. 값을 모른다고 인정한 사람이 남들의 머릿속을 향해 던지는 질문이고, 질문의 형식이 대답을 바꾼다. 그러니 다음에 낙찰 소식을 들으면 한 번쯤 되물어볼 만하다. 저 숫자는 그 물건의 값일까, 아니면 그날 그 방에서 쓰인 규칙의 값일까.